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파(破) - 회귀, 그리고 파괴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서(序)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의 감상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1일 금요일에 1회차 감상을 마치는 순간 땅을 치며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결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파는 과연 '파(破)'라는 이름 답게 지금까지의 에반게리온을 무너트리는(破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저에게 에반게리온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와 에반게리온의 인연은 10년 쯤 전에 친구가 보여준 극장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최초로 본 원어 애니메이션이었고, 어린 나이에 보기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당연히 뇌리에 박혀버린 이 작품은 이후TV판 원작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큰 재미를 가져다 주었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다시 봄에 따라 새로운 느낌을 가져다 주면서 과연 그 명성을 몸으로 실감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감상한 신 극장판 파는 그런 저에게 식어있던 에바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주었고, 지금까지의 에바와 전혀 다른 새로움을 주면서 또 다른 느낌의 에바를 보여주었습니다.

 파의 캐릭터들은 지금까지의 에반게리온의 캐릭터들과는 다릅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마음을 닫고있던 캐릭터들이 보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있었고,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지는 더 이상 찌질이가 아니었고 아스카는 더 이상 엄마에 사로잡혀있지 않았고 레이는 더 이상 인형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에반게리온은 에반게리온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은 더 이상 없었고 그 곳에는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에바 파는 지금까지의 에바를 부정하듯 강하고 격렬하게 과거의 에바를 파(破)해나갔습니다. 캐릭터들이 달라지고 3호기 사건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에바는 조금씩 부숴져나갔고, 아스카의 위치를 상반된 캐릭터를 가진 마리가 맡게 되면서 에바를 완벽하게 깨부숩니다. 마키나미 마리 일러스트리어스라는 캐릭터의 출연 시간은 길지 않지만 에바에 끼친/끼칠 영향은 상당히 막대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려면 한없이 어려워질 수 있는 에반게리온이기에 다른 분들도 다 써놓았을 어려운 얘기는 넘어갑시다. 저는 가벼운 남자니까요.

 사실 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신지의 캐릭터 변화보다는 레이의 캐릭터 변화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스카와 대화하는 장면,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장면,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했지만 점점 타인에게로 마음을 열어가는 장면들과 함께 변해가는 레이와 신지, 아스카는 지금까지의 에바를 뒤집어 엎을만한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져보자면, 서(序)에서의 신지와 파(破)에서의 신지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야시마 작전 등을 거치며 마음을 연다던지 하는것은 분명 이해가 가지만, 파에서 크게 터트리기 위해서인지 서에서 원작에 가까운 신지를 그려나갔다는 점은 왠지 캐릭터의 갭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뭐 이런게 중학생의 심리상태..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자기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겐도에는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네요.

 파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건 역시나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 비중이 떨어진건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와주는걸로 만족하고 싶지만 그 처우가 상당히 마음에 안들어요. 결과적으로 아스카라는 캐릭터의 위치를 마리가 대신하게 되는데 제 마음속에서는 역시 가장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캐릭터에게 '예쁘다'라는 감정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아스카를 이겨낼 수 없었거든요. 결국 아스카는 다음화에 다시 나오진 ○○화 된다던지 하는 점은 정말이지 영 찝찝해서 말입니다. 게다가 잠깐 등장한 그 모습에서 슈츠가 빨간색이 아니었다는 점은(가려뒀습니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답답함과 찝찝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그 장면'에서 흘러나는 '내일 또 만나요~'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모 동요는 정말이지 사람의 기분을 착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안노가 정신을 차렸구나..하던 느낌은 그 부분을 보면서 다시 '에이 변태같은 아저씨..'라는 생각으로 돌아갔습니다. 정말 악취미에요 이건. 최악입니다. 무슨 의미가 담겨있던간에 참...찝찝했습니다.

 금요일에 1회차를 보고 일요일에 2회차를 보면서 많은 새로운 것이 보였습니다. 1회차에서 세세하게 볼 수 없었던 부분이 보였는데, 뭐 미묘한 표정의 차이라던가 다시한번 보면서 느낀점이라거나.. 그런것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하지 않고자 합니다. 16일 수요일에 극장에서 내려가는 듯 하니 그 전에 볼 수 있는대로 최대한 더 봐둘까 하는 생각을 하고있기도 하고 이래저래 있으니 그 때 다시 언급하던가 하도록 하죠.

 위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에반게리온은 어렵게 생각하자면 한없이 어려운 작품입니다. 파는 분명 보기 쉽게 만들어졌고, 에바답지 않아서 마음에 안든다는 이야기도 나올만큼 많은것을 부숴(破)버렸습니다. 그리고 원작과의 갭, 원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은 또 한번 에바 팬들을 혼란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계획'과 '시나리오', 그리고 새로 등장한 '루프'설까지 겹쳐지면서 온갖 추축을 낳아가고 있네요.

 저는 그냥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걸 포기하렵니다. 에바 Q를 보기 전에는 너무나 머리가 아프네요. 그냥 머리를 비우고 지금의 에바를 있는대로 받아들이면서 느긋하게 Q를 기다리는게 가장 현명한 생각...일거라고 믿고싶네요. 캐릭터의 대사 중에서도 신경쓰이는 부분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데 그걸 일일히 고민하자니 머리가 빠개질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에바 파는 에바를 파 하면서 새로운 에바를 만들어갔고, 적어도 저에게는 이 에바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 캐릭터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기에 만족합니다. :) 원래 쓰고싶은 말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걸 정리하려니 너무 양도 많아지고 왠지 느낌이 영 아니더라구요. 결국 그냥 제 느낌만 추려놓은 감상이 되어버렸습니다.뭐 어때요. 재미있었으면 된거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이랑 공유할 수 있다면 충분할겁니다. 아마도.

그러니까..

에바 Q를 어서 보여주세요 가이낙스 선생님들


덧글

  • kirhina 2009/12/14 10:10 # 답글

    ... Q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OTL
  • 아키라 2009/12/14 10:14 #

    일단 파를 몇 번 더 보면서 마음을 달래면..[응?]
  • 임덕수P 2009/12/14 10:16 # 답글

    나는 아마 3번째 감상을 했지
  • 아키라 2009/12/14 10:26 #

    또 봐야되는데
  • 로보카이 2009/12/14 10:21 # 답글

    안노감독이 가이낙스에서 나와서 스튜디오 카라를 차렸죠.
  • 아키라 2009/12/14 10:26 #

    그러고보면 그랬네요..' ㅅ'
    아 어서 내놓아라!
  • 이데이 하루카 2009/12/14 10:23 # 답글

    어서 Q를 보여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 아키라 2009/12/14 10:27 #

    6개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
  • 니와군 2009/12/14 11:35 # 답글

    친구랑 다시한번 감상할려고 준비 중 입니다..ㅠ.ㅜ
    그리고 또 Q의 늪에...
  • 아키라 2009/12/14 11:57 #

    아아 봐야해요 봐야해
  • AIBO 2009/12/14 12:07 # 답글

    Q... 하지만 현실은 최소 1년 반 촤대 2~3년뒤 개봉,,,
  • 아키라 2009/12/14 12:44 #

    으아아아 ㅠ_ㅠ...
  • 일곱씨앗 2009/12/14 12:57 # 답글

    비스트 마리 환영 !!ㅋㅋㅋ 근데 아스카가 ㅇㄲ가 되는게 저는 오히려..모에..;(퍽)
  • 아키라 2009/12/14 13:05 #

    으음 그래도 뭔가 아니게 된다!는 느낌이 드는거같아요;
  • blakparade 2009/12/14 13:58 # 답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려봤습니다...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이번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못 볼 듯 하군요...제길...!!
  • 아키라 2009/12/14 20:31 #

    추가 상영 할 수도 있다네요
  • MontoLion 2009/12/14 14:07 # 답글

    안도 진짜 선곡 변태... 어휴...
  • 아키라 2009/12/14 20:31 #

    안노임.
    여튼 이사람 정말..
  • 청야 2009/12/14 15:41 # 답글

    아아.... 아스카만 생각하면... 그나저나 Q기대됩니다
  • 아키라 2009/12/14 20:32 #

    Q를 내놓아라아아
  • Bell 2009/12/14 15:51 # 답글

    변태 선곡 원츄. 'ㅁ'
  • 아키라 2009/12/14 20:32 #

    원츄'ㅁ'
  • 엑스프림 2009/12/14 19:16 # 답글

    아 포카포카하군요.
  • 아키라 2009/12/14 20:33 #

    포카포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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